CJ대한통운이 집배점 근로자의 노동조합 단체교섭에 응해야하는가, 대법원 결정

CJ대한통운이 집배점 근로자의 노동조합 단체교섭에 응해야하는가, 대법원 결정

안녕하세요, 장유진변호사입니다.

오늘은 최근 이슈가 된 CJ대한통운과 집배점 근로자의 노동조합 단체교섭과 관련한 갈등에 대해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사건의 배경

원고 CJ대한통운 주식회사는 전국에 허브터미널 13개, 서브터미널 약 270개를 운영하며 약 1,800개의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택배회사입니다. 택배기사 약 18,000명 중 약 17,000명은 원고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라 집배점과 위수탁계약을 체결하고 일하는 이른바 '집배점 택배기사'들입니다.

피고보조참가인인 B노동조합(이하 '참가인 조합')은 원고의 167개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를 포함한 약 1,200명의 택배기사들로 구성된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입니다. 참가인 조합은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원고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자신이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습니다.

이에 참가인 조합은 2020. 9. 29. 원고의 단체교섭 거부가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습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가 구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각하하였고, 참가인 조합이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6. 2. "원고는 이 사건 교섭요구사항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어 구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에 해당하므로 참가인 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할 의무가 있고, 따라서 이 사건 단체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참가인 조합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재심판정을 하였습니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원고는 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제1심(서울행정법원 2021구합71748)에서 패소하였고, 이에 항소하였습니다.

2. 항소심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23누34646 (2024. 1. 24. 선고)

가. 원고보조참가인들의 보조참가신청 허가

항소심에서는 먼저 원고보조참가인들(집배점 운영 회사들)의 보조참가신청이 적법한지가 문제되었습니다.

피고 측은 ① 이 사건 결과가 확정되더라도 원고보조참가인들에게 원고와 공동으로 교섭하여야 할 법적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므로 법률상 이해관계가 없고, ② 소 제기 후 약 2년 3개월이 지나서야 보조참가를 신청하여 소송절차를 현저히 지연시킨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고가 참가인 조합에 대하여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인정되는지 여부, 그리고 만일 그러한 의무를 부담한다면 원고가 단독으로 부담하는지 아니면 원고보조참가인들과 공동 또는 중첩적으로 부담하는지에 따라 원고보조참가인들의 단체교섭 당사자로서의 권한과 지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원고보조참가인들은 이 사건 소송 결과에 법률상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원고보조참가인들이 항소심 제1회 변론기일 이전에 보조참가신청을 하였고 그 이후 당초 예정대로 변론이 진행되어 종결되었으므로, 소송절차를 현저하게 지연시킨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보조참가신청을 허가하였습니다.

나. 본안 — 원고의 항소 기각

항소심은 제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이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원고 측이 항소심에서 새로이 강조한 주장들에 대해 추가 판단을 하였습니다.

가.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개념에 관한 판단

원고 측은 헌법이 직접 예정하는 단체교섭의 당사자는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이어야 하고, 계약관계를 넘어선 사용자 범위의 확대는 입법자의 입법조치가 필요한 영역이며, 원청 사업주를 단체교섭거부 부당노동행위의 주체에 포함시키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항소심은 이를 모두 배척하였습니다. 그 핵심 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노동조합법 제81조 제1항 제3호(단체교섭 거부·해태)의 사용자 개념은 같은 항 제4호(지배·개입)의 사용자 개념과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 및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와 집단적 노사관계법상 사용자는 그 기능과 법률관계를 달리하므로, 현실적인 근로계약의 당사자인지 여부만으로 사용자 개념의 기준을 도출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단체교섭의 대상인 근로조건 등을 지배·결정하는 자와 단체교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단체교섭권이 실질적으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셋째, 이러한 사용자 개념의 해석은 헌법합치적 해석을 통한 법규의 공백 보충으로서 법관에 의한 법형성의 일환일 뿐,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나거나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넷째, 단체교섭권은 단체협약체결권과 별도로 헌법이 명시하는 독자적 권리이므로,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반드시 개별적 근로계약관계의 당사자이어야 한다는 결론이 당연히 도출되지는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다섯째, 원고가 사용자로 인정된다 하더라도 원고에게 발생하는 구체적 의무는 참가인 조합과의 교섭에 성실하게 응하는 것일 뿐 참가인 조합의 요구 내용대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까지 발생하는 것은 아니므로, 다른 노동주체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나. 이 사건 각 의제에 관한 실질적 지배력 판단

원고 측은 서브터미널의 형태가 직영·직간선·위탁 등으로 다양하여 원고가 모든 의제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항소심은 직간선 터미널과 위탁 터미널도 원고의 전국적 배송물류 시스템에 편입되어 운영되고 있고, 간선차량의 수, 출발·도착시간, 당일배송의무 여부 등 주요 요인들에 관하여는 원고가 지배·결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근무일(주6일제), 배송수수료(급지기준표), 사고부책 기준 등 각 의제에 대해서도 원고가 집배점주와 중첩적인 지배·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하였고, 일부 집배점에서 다른 형태로 운영되는 사례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지배·결정권한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적으로 항소심은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 사건 재심판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3. 대법원 판결 — 대법원 2024두37015 (2026. 7. 9. 선고)

대법원(제3부, 재판장 노경필 대법관)은 원고의 상고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가. 노동조합법 개정과 적용 법률의 확정

대법원은 먼저 적용 법률을 명확히 하였습니다. 구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었는데, 2025. 9. 9. 법률 제21045호로 개정되면서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는 후문이 추가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신설조항에 관하여는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으므로, 2020년경의 단체교섭거부가 부당노동행위인지 문제되는 이 사건에는 개정 전의 구 노동조합법 제2조가 적용된다고 하였습니다.

나.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관한 법리

대법원은 그동안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자, 즉 근로자와의 사이에 그를 지휘·감독하면서 그로부터 근로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명시적이거나 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맺고 있는 자'를 말한다는 취지로 판시하여 왔다고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구 노동조합법 제2조가 적용되는 이 사건에서 이러한 종전 법리는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명시하였습니다(대법원 2026. 5. 21. 선고 2018다296229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

다. 파기 이유

대법원은 이러한 법리에 따라 원고와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인 근로계약관계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원심은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는데, 이는 구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및 단체교섭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4. 사건의 핵심 쟁점 요약

이 사건의 핵심은 원청 택배회사가 집배점 소속 택배기사들에 대한 관계에서 구 노동조합법상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였습니다.

항소심은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확장된 사용자 개념을 채택하여 원고의 단체교섭의무를 인정하였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구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이 사건에서는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를 기준으로 사용자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는 종전 법리를 유지하면서, 원고와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그러한 근로계약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원고를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원심을 파기하였습니다.


개정 노동조합법 적용 시 결론 변경 여부

1. 개정 노동조합법의 내용

법률 제21045호로 개정된 노동조합법 제2조 제2호는 기존 사용자 정의 규정에 다음과 같은 후문을 추가하였습니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즉, 개정법은 항소심이 취했던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 기준'을 명문으로 법제화한 것입니다 .

2. 이 사건에 개정법이 적용되는지 여부

대법원은 이 신설조항에 관하여 경과규정이 없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지적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단체교섭 거부는 2020년경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2025. 9. 9. 이후에 시행된 개정법을 소급하여 적용할 수는 없고, 따라서 이 사건에는 구 노동조합법 제2조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법령불소급의 원칙상 당연한 귀결이기도 합니다. 개정법에 경과규정이 없는 이상, 개정 전에 완성된 행위에 대해 개정법을 소급 적용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3. 만약 개정법이 적용된다면 결론이 달라지는가

만약 이 사건의 단체교섭 거부가 개정법 시행일인 2025. 9. 9. 이후에 이루어진 사안이었다면, 결론은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정법 하에서는 원고와 집배점 택배기사 사이에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없더라도, 원고가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면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됩니다. 항소심은 원고가 배송수수료(급지기준표), 근무일(주6일제), 사고부책 기준 등 이 사건 교섭요구사항 전부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사실인정을 하였으므로 , 개정법이 적용되는 사안이었다면 원고가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결론이 도출될 여지가 상당합니다.

4. 정리

결국 이 사건 자체에서는 개정법이 소급 적용되지 않으므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론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2025. 9. 9. 이후에 발생하는 동일한 유형의 단체교섭 거부 사안에서는 개정법에 따라 원청 택배회사도 집배점 택배기사들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로 인정되어 단체교섭의무를 부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